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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리뷰_03] 로베르토 쥬코

by 유니버스89 2020.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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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쥬코

2020.11.17(화)~2020.11.19(목)

한국방송통신대 열린관 소극장

 

 

제작 _ 극단 바람풀

원작 _ 베르나르 마리 콜테스

연출 _ 박정석

출연 _ 이창수, 변혜림

 

 

*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극장 안으로 들어가자 어두운 무대에 몇 개의 큐브가 놓여 있고 밝은 빛이 쏟아지는 한쪽 구석에 두 명의 배우가 앉아 있다. 처음에 거울과 옷걸이들이 놓여 있어 분장실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역시나 두 명의 배우가 1인 다역을 소화하면서 무대 위에서 의상 전환이 이루어졌고 관객들은 배우들의 무대 뒤 모습까지 모두 지켜볼 수 있었다. 

 

극단 '바람풀'의 이번 연극은 2인극 페스티벌 참각작인데, 두 명의 배우가 여러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로베르토 쥬코>를 어떻게 만들어 낼지 기대가 되었다. <로베르토 쥬코>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마리 콜테스의 대표작품이다. 콜테스가 실존한 이탈리아의 연쇄 살인범 로베르토 쥬코(1962~1988)의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썼다고 한다. 

 

이야기는 친아버지를 살해해 감옥에 갔던 쥬코가 탈옥을 한 후부터 시작된다. 쥬코는 탈옥 후에도 자신을 쫓아오는 형사를 죽이고, 우연히 만난 어린 소녀와 관계를 맺으며, 공원에서 만난 부인의 어린 아들을 죽인다. 쥬코는 세상에 있는 악랄한 짓은 모두 해버리는 '악의 존재' 같다. 쥬코가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뚜렷한 이유도 나오지 않는다. 

 

어쩌면 이유를 뚜렷이 알 수 없는 내면의 불안과 위험한 생각들 때문에 괴로운 인간들의 모습을 연극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쥬코라는 인물을 통해 극단적으로 보여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쥬코는 우리 안의 추악한 '악'의 모습인 것이다. 관객들은 쥬코가 무대에서 괴로워하고 날뛰는 모습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쥬코는 눈 내리는 아프리카를 보고 싶다고 말한다. 벽은 넘을 수 없으니 태양으로 몸을 던지라고 말한다. 또 자신을 사랑해주는 어린 소녀 앞에서 한없이 무력해진다. 쥬코가 원했던 것은 자유와 사랑일지도 모른다. 인간 내면의 추악함이 원했던 것 역시 자유와 사랑일지 모르겠다.   

 

빈 무대나 다름없을 정도의 소박한 무대 장치들, 단 두 명의 배우. 모든 것을 압축하고 압축해 놓은 느낌이었다. 많은 것들을 보여주기 위해 화려하게 꾸미지 않은 연출이 좋았고, 그렇기 때문에 연극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 크게 느껴졌다. 거기에는 배우들의 연기도 한몫했다. 특히 1인 다역을 하면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변혜림 배우의 연기에 함께 몰입이 되어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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