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연극 리뷰_01] 10년 동안에

by 유니버스89 2020. 8. 23.
300x250

10년 동안에 : 극단 고래 10주년 기념 워크샵 페스티벌 

2020.08.21. ~ 23. 금 8시 / 토,일 4시 (고래스튜디오)

작/연출_김동완  출연_이현정, 이사랑, 김태양, 임미나, 김재환 

 

 

극단 고래의 작품은 <빨간시> <달팽이의 꿈> <불량청년>을 본 적이 있다. 모두 좋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이번 공연도 기대가 있었다. 워크샵 작품이어서 그랬는지 예전에 봤던 작품들 만큼 완성도가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10년 뒤의 사회'라는 소재가 재미있었다.

 

코로나(아, 극 중에서는 그냥 '전염병'이라고만 언급된다. 하지만 누가 봐도 코로나..ㅎㅎ)로 사람들이 만나는 것이 금지된 세상에서 몰래 연극 연습을 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연극을 하는데는 저마다 절실한 이유가 있다. 전염병으로 인해 사람들간의 소통이 단절되어가는 현실, 공연은 만들었지만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예술가들의 모습들을 공감하면서 보았다.

 

하지만 같은 예술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써 전염병이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세상에서 몰래 연극연습을 하고 공연을 생중계하는 극 중 상황이 영웅적으로 보이거나 감동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나에게는 연극이 너무 소중하고 인생의 전부이니 나는 공연을 계속 할 것이고 나의 공연을 봐달라라고 말한다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교회 신도들의 '예배는 목숨과도 같아서 포기할 수 없다.'라는 발언과 무엇이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지금 싸우고 있는 대상은 숭고한 정신을 외쳐가며 무찌를 수 있는, 역사 속에 등장하는 외세나 독재정권과 같은 것이 아니다. 이것은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밖으로 무언가를 끊임없이 추구하며 살아야했던 삶의 패턴을 이제는 각 개인의 내면으로 돌려야 하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예술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시대에 예술이, 연극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새로운 방법들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극 중 인물들이 연습을 하고 있는 연극의 내용에 35살이 되도록 결혼을 못한 딸에게 결혼을 하라고 닦달하는 엄마가 나온다. 딸은 엄마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엄마의 꿈속에 등장해 결혼할 남자를 소개시켜 준다. 엄마는 꿈속에서 더할나위 없는 행복감을 느끼지만 현실에서는 수면제에 취해 서서히 죽어간다. 딸은 엄마에게 꿈에서 원하는 것을 이루었으면 현실에서도 이룬 것과 같다며 즐기라고 말한다. 나는 이 극안의 이야기를 현실에 순응하지 못한 엄마의 탐욕이 결국은 죽음을 불러일으킨 것이라고 보았다. 어쩌면 작가도 예술인들에게 이상적인 '꿈'에서 깨어나 '현실'에 맞추어 변화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300x250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리뷰_03] 러브레터  (0) 2020.09.04
[책 리뷰_02] 서른의 반격  (0) 2020.09.03
[영화 리뷰_02] 컨택트  (0) 2020.09.02
[책 리뷰_01] 4∙19혁명과 소녀의 일기  (0) 2020.09.01
[영화 리뷰_01] 너의 이름은  (0) 2020.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