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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 리뷰_01] 4∙19혁명과 소녀의 일기

by 유니버스89 2020.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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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_ 4∙19혁명과 소녀의 일기 (2011)

저자 _ 이재영

출판 _ 지식과 감성

 

 

4∙19혁명에 대해 고등학교 근현대사 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난다. 단 몇 줄 뿐이었는지 아니면 한 페이지는 되었는지 까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이승만의 독재 정권에 대항하여 학생들이 일으킨 민주화 운동이었다는 내용으로 배운 기억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 나는 4∙19혁명에 대해 어떠한 마음에 감흥도 느끼지 못했다. 그저 교과서 내용에 밑줄을 긋고 암기하기에 바빴다. 하나의 사건에 마음의 감흥을 느끼기에는 외워야 할 역사책에 등장하는 내용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0여년이 흐르는 동안, 마음에 흔적을 남기지 못한 채 머릿속에 억지로 채워 넣어져 있던 내용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어디론가 달아나 버렸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다시 공부해야 했다.


이 책은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소녀의 일기와 신문기사를 바탕으로 쓰여져 있다. 4∙19혁명의 역사적인 순간에 앞장서서 민주화를 외쳤던 저자는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었다. 열일곱살 밖에 안된 어린 소녀가 총알이 날아다니는 시위현장을 뛰어다니며 전해주는 이야기는 생생하다 못해 처절했다. 당시 온 나라는 민주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부정한 방법으로 12년을 독재하고도 또다시 부정선거를 통해 권력을 잡으려는 정치세력에 국민들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거기에 대항하여 먼저 박차고 나온 것은 고등학교 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은 시위를 막으려는 정부와 학교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길거리로 나왔다. 그러자 정부는 그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이게 정말 말이 되는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나라의 국민들을 그것도 어린 학생들을 총으로 쏘아 죽인다는 것이.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반복되는 이야기이다.) 어린 학생들의 죽음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 없었던 성난 국민들은 거리로 달려 나왔다. 대학생, 교수, 일반 시민들, 심지어 중학교, 초등학생들까지. 그렇게 4∙19혁명의 불길은 온 국민의 마음 속에서 타올랐다. 


책을 읽으면서 “목숨 바쳐 일구어낸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고등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시위를 전개했다는 사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보면 어리고 미성숙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정치와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무관심했고 오직 관심사는 ‘나의 성공’이었다. 어떻게 이번 시험에서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까, 스펙을 쌓으려면 무엇을 해야할까, 어떻게 하면 좋은 직장에 취업은 할 수 있을까, 멋진 이성에게 관심 받는 법은 무엇일까 등 나의 개인적인 삶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정치라는 것이 나의 인생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2016년에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내가 그동안 젊은이로서 직무유기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한번 반성하게 되었다. 1960년대 고등학생들은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 4∙19혁명 뿐만 아니라 다른 역사의 현장에서도 10대, 20대 젊은이들은 항상 중심에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 젊은이들이 정치에 무관심해 지고, 무기력해지고, 기성세대에게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것들’이라는 시선을 받게 되었는지…. 나의 삶을 돌아보며 반성했고 또 안타까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4∙19혁명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그 분들이 지금은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셨을까 계산해보니 70대 였다. 우리 옆에서 볼 수 있는 할머니, 할어버지 들인 것이다. 사실 그동안 나이드신 분들을 보면 독재정권의 시대를 보냈기 때문에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지금 젊은이들 보다 더 민주주의를 열망하고 사회의 불의에 앞장서서 더 진보적으로 활동하신 분들인 것을 알고 그 동안의 생각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4∙19혁명을 통해 독재정권을 몰아 냈다는 잠깐의 기쁨 뒤에 또 다른 독재정권이 들어섰을 때 느꼈을 그 허탈감과 좌절감이 어땠을지 생각하면 그 분들이 지나온 녹녹치 않은 세월에 존경스러운 마음도 든다.


민주주의를 위해 피눈물 흘려가며 싸워준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는 정치에 무관심하고도 그럭저럭 살아 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민주주의에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권리, 부당함에 대해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것들이 우리 역사에서 당연한 것이 아니었고 수많은 피를 흘려 얻어 내어야 했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이제부터라도 치열했던 역사의 순간들을 기억하며 나에게 주어진 권리를 소중히 생각하고 올바르게 사용할 것이다.

 

 

p. 52
용기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행동은 달라질 수 있다.


p.135

하늘이여 학생들을 도와주소서! 이 나라의 민주화가 뿌리내려 살기 좋은 나라 행복한 나라가 되게 하소서! 학생들은 나라 걱정을 안 하고 오직 공부만 해도 되는 사회를 주소서!


p. 314

4∙19정신이 순수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정치에 야욕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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