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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리뷰_02] 컨택트

by 유니버스89 2020.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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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_ 컨택트 (2017)

요약 _ 미국 / 드라마,SF,스릴러 / 12세관람가 

감독 _ 드니 빌뇌브  

원작 _ 테드 창 '네 인생의 이야기'

주연 _ 에이미 아남스(루이스역), 제리미 레너(이안 역)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 ‘컨택트’에 대한 팟캐스트 방송을 먼저 듣고 영화에 대한 기대를 많이 했었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초반 내용을 알고 가서 그런지 초반에는 전개가 지루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내가 미리 들어 알고 있는 내용 말고 궁금해 했던 내용이 빨리 나오길 바라며 조금은 조급한 마음으로 영화를 봤던 것 같다.

 

영화를 소개하는 방송을 듣고 궁금했던 것이 무엇이었냐하면 우주선의 내부, 외계인의 모습 이런 것들이었다. 너무 궁금했다. 다리가 일곱개 달리고 눈 일곱개가 머리를 빙 두르고 있는 외계인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영화에서 외계인을 만나기 위해 우주선으로 들어간다는데 외계에서 온 우주선의 모습은 어떠할까? 그런데 영화를 보고 궁금해 했던 것에 대해서는 좀 실망했다. 외계인은 희뿌연 안개 같은 것에 쌓여 그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내지 않았고 거대한 우주선의 내부도 10분의 1정도 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니다. 10분의 1도 안나왔던 것 같다. (우주선 안에서 중력장이 바뀌는 부분은 흥미로웠다.)

 

 

영화를 다 보고난 지금은 이 영화에서 외계인의 모습과 우주선의 내부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 것들로 우리들의 시각을 자극하기 보다는 다른 것으로 우리의 사고방식을 자극하는 영화였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SF영화에서 외계인들은 우리와 말이 쉽게 통했다. 외계인의 능력으로 지구인의 언어를 쉽게 습득해 대화를 했고 우리와 세계를 인식하는 사고체계가 비슷했던 것 같다. 하지만 영화 ‘컨택트’의 외계인은 세계를 인식하는 사고체계부터가 달랐다. 그러다 보니 문자를 쓰는 방식도 달랐다.


우주의 머나먼 다른 행성에서 살고 있는 외계인이라면 분명 우리와 세상을 인식하는 체계부터 다를 수 있는 일인데 왜 난 지금까지 그런 생각은 하지 못한 걸까? 당연히 외계인들도 내가 세상을 인식하는 것처럼,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고 미래는 당연히 알지 못하며 공간은 앞과 뒤, 아래와 위로 인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영화를 보면서 깨달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 ‘핵타드’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번에 볼 수 있었다. 소설처럼 일곱개의 눈이 머리를 빙두르는 모습이었다면 공간도 앞과 뒤, 아래와 위 없이 인식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핵타포드’의 이런 인식체계는 그들의 언어를 통해 드러나고 주인공 루이스는 그들의 언어를 해독하면서 그들의 사고방식을 터득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처럼 생각할 수 있게 되고 결국 그들처럼 시간을 인식하는 체계가 바뀌게 된다. 루이스도 미래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부분도 흥미로웠다. 그들의 언어를 습득하면서 인식체계과 바뀌게 된다니. 그런데 원래 세상을 보는 인식체계가 언어에 반영 된 것이 아닌가?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인식체계가 형성되기도 하는가? 생각해 보니 쌍방으로 영향이 있을 것 같다. 영화에서도 나왔던 이야기지만 외국어를 배우면 생각하는 방식도 바뀌게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한국어 밖에 구사할 줄 모르는 나는 직접 체험해보지 못했지만.

 

영화에서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마지막 장면이었다. 주인공 루이스는 미래를 보는 능력을 얻어 자신의 인생 전체를 보게된다. 동료 과학자 이안과 결혼할 거라는 사실도, 예쁜 딸을 낳을 거라는 사실도. 그리고 그 딸이 희귀병에 걸려 죽을 거라는 사실과 남편이 자신을 떠날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미래에 닥쳐올 불행을 알면서도 루이스는 같은 선택을 할까? 그녀는 한다. 자신에 대한 이안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아이를 가지기를 원한다. 루이스는 말한다. “받아들였다.”고.

 

분명 루이스는 자신의 불행만큼이나 행복한 시간들도 함께 보았을 것이다. 남편에게 사랑받고 딸을 만나 너무나도 행복한 자신을 함께 봤겠지. 그리고 결국 자신의 인생에 온 행복과 불행을 모두 받아들였을 것이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오랜만에 재미있고 감동적이 영화를 본 것 같다. SF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살고 있는 세계를 다르게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지게 해주기 때문이다. 영화 ‘컨택트’도 내가 지금 인식하고 있는 것들이 세상의 다가 아니라는 것을 또 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영화의 원작 소설이 담겨있는 ‘테드 창’의 단편 소설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도 구매했다. 또 나에게 어떤 사고의 전환을 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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