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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리뷰_05] 몽상가들

by 유니버스89 2020.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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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_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 드라마 / 청소년 관람불가 / 114

감독 _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출연 _ 마이클 피트(매튜 역), 에바 그린(이사벨 역), 루이 가렐(테오 역)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프랑스로 유학을 온 매튜는 자칭 영화광이다. 매튜는 자신이 영화를 보러 다니던 극장에서 또 다른 영화광 쌍둥이 남매 이사벨과 테오를 만난다. 매튜는 이사벨과 테오와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고 집으로 식사 초대까지 받는다. 매튜가 이사벨과 테오의 집으로 초대되었던 바로 다음날은 남매의 부모님이 한 달간 여행을 떠나는 날이었다. 그렇게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집에서 매튜와 이사벨과 테오는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사벨과 테오는 쌍둥이 남매인데 평범하지가 않다. 서로 발가벗고 한 침대에서 잠을 자고 함께 목욕을 한다. 또 틈만 나면 영화 맞추기 게임을 해서 틀리면 벌칙을 주는데, 그 벌칙이 '자위를 해라', '내가 보는 앞에서 두 사람이 관계를 맺어라.'와 같은 것들이다. 그 둘은 죽일 듯이 미워하다가도 서로를 '샴쌍둥이'라고 부르며 특별한 애정을 내비친다. 

 

매튜가 보기에는 이 둘의 모습은 이상하다. 그들과 동화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도 터무니없는 요구나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행동에 화를 내기도 한다. 이사벨을 사랑하게 된 매튜는 남매가 만들어 놓은 그들 만의 세계에서 둘을 꺼내려고 하지만 이사벨과 테오는 그것을 거부한다. 

 

 

이사벨과 테오가 만든 세상은 어린아이들의 세계와 같다. 몸은 성장한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들은 '성'에 대한 도덕적 관념이 없다. 자위든 섹스든 하나의 놀이일 뿐이다. 어린아이들처럼 발가벗고 함께 목욕을 하고 잠을 잔다. 또 좋아하는 영화 속 장면을 재연하며 현실에서도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이사벨과 테오는 분명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자신들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매튜가 이사벨에게 '부모님이 테오와의 관계를 알게 되면 어떻게 할 거야?'라고 물었을 때 이사벨은 '자살을 할 것이다.'라고 말을 하고,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실제로 부모님에게 그들이 발가벗고 함께 잠을 자는 모습이 발각이 되었을 때 가스로 자살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이사벨과 테오는 그들 스스로 성장하기를 멈춘 것으로 보인다. 성장하지 않고 미성숙한 채 남아있겠다고 선택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그 이유는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 때문인 것 같다. 영화 초반에 테오와 아버지의 대화에서 갈등이 드러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영화 중반에 테오는 부모들을 모두 시골로 보내서 다시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은 영화의 시대적 배경과도 연관 지을 수 있다. 이사벨과 테오, 매튜가 집에서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을 당시, 1968년 프랑스에서는 '68혁명'이 한창이었다. 68혁명이 어떤 혁명이었는지 찾아보니 젊은 청년들이 기성세대에 반대하며 들고일어난 문화혁명이라고 한다. 이들은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체제에 저항하고 자신들을 억누르는 모든 권위와 권력, 조직에 반대하였고 마약, 프리섹스와 같은 도발적인 행위로 기성세대의 가치관에 도전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68혁명은 현재까지도 그 평가에 대해 논란이 많다. '도덕과 사회질서의 재앙'이라는 평가와 '개인 인권의 향상, 여권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평가가 공존한다. 

 

그렇다면 영화 <몽상가들>은 68혁명에 참여했던 젊은이들을 미성숙한 '몽상가들'이라고 비판한 걸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매튜가 시위대에 합류한 테오와 이사벨이 화염병을 던지는 것을 막으려 하는데, 그 이유는 화염병을 던지는 것은 폭력이며 경찰이 쓰는 방법과 다를게 없기 때문이다. 난 매튜의 주장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감정이 앞선 테오는 자신들의 행동은 경찰의 폭력과는 다르다며 결국 화염병을 던지게 되고, 그것은 경찰이 시위대를 무력진압하게 되는 발화제가 된다. 이 장면을 보면서 어른이 되는 것을 거부하며 기성세대에 저항하는 이사벨과 테오처럼 68혁명에 참여했던 젊은이들의 시위가 성숙하지 못한 방법이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몽상가들의 성장기'이다. 이사벨이 자살로 그들의 세계가 무너질 위기를 피하려고 하는 순간 밖에서 돌이 날아와 창문을 와장창 부수어버린다. 시위대들 사이에서 날아온 돌멩이었다. 돌멩이가 창문을 깨는 순간 이사벨과 테오의 세계가 부서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현실감각 없이 헛된 세계를 쌓아 올리던 몽상가들이 밖으로 나오는 계기가 되었다. 자신 만의 세계에 갇혀 몽상만 하던 몽상가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적극적으로 원하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행동'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세상 밖으로 나와 목소리를 내게 된 몽상가들의 성장기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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